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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9 시사 잡설 - 불매 운동삶은다껌 2019. 7. 29. 08:12
일본과의 정치/경제 갈등 속에서 자발적인 불매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불매 운동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일본 맥주나 옷을 사지 않는 것은 당연히 내 개인의 자유다. (맥주 맛은 개인의 기호며, 나는 일본 맥주가 그리 대단한 맛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일 맥주가 훨씬 좋다. 한국 맥주는 많이 더 분발해야 하고.)
하지만, 이미 누군가가 산 일본 차에 흠집을 낸다거나, 일본 맥주를 사는 사람 앞에서 불매를 외치며 매국노라 손가락질 하는 것은, 일본보다는 훨씬 더 성숙한 민주주의라 자부할 수 있는 우리가 지양해야 하는 모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소비라는 것은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특히 자동차는 엄청 비싼 물건이므로 그걸 이미 산 사람에게 뭐라 한다는 것은 뭔가 일본스러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언론과 집단은 이런 자발적인 불매 운동조차 폄하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글 쓰는 손가락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어떤 연예인들을 싫어할 때가 종종 있다. 단지, 그 인상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한국이나 일본 맥주보다는 독일 맥주가 그냥 더 맛있다는 나의 개인 기호와 똑같은 이유에서다. 내가 싫어하는 연예인들은 나와는 당연히 일면식도 없고, 그들이 방송이나 사생활에서 지탄받을 만한 특별한 꺼리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그냥 조용히 그들에 대한 개인적 불매를 할 뿐이다. 그들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 버리는 정도고, 수많은 팬을 거느린 그들의 입장에서 나 하나쯤 불매한다고 별 타격이 갈 리 없겠으나 나는 그냥 그들을 안 보고 관심조차 꺼버린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잡담에서도 웬만하면 그들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언급 자체가 그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본은 우리에게 선빵을 날렸다. 역사의 가해자인 그들은 집요하게 거꾸로 우리에게 시비를 걸며, 국내 정치 이슈에 대한 물타기로 우리를 자꾸 걸고 넘어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불매에 나서야 할 필요가 크다. 외국 동료들과의 사석에서 나는 일본을 일부러 언급하지는 않지만 한일 관계를 궁금해하는 대화가 나올 때면 나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싫은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말해준다. 반성할 줄 모르는 집단이라고.
일본에서 나름 중요 부품과 소재를 우리에게 공급한다고 해서 거기에 언제까지고 목을 매는 방식으로 가면 우리는 영원히 비극적 역사의 잔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일본은 대놓고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수출 규제라는 치사한 칼을 꺼낸 것이며, 거기에 우리가 넘어가면 안 된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어느 정도 더 출혈을 해야하고, 살을 어느 정도 잘라내야 한다면. 할 수 없다. 그 길로 가는 수밖에.
당장의 출혈과 치유를 위한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영원히 그 상처는 암처럼 고름처럼 우리에게 남아 고통을 줄 뿐이다.
일본이 먼저 시작한 이런 양아치 방식 갈등은 한일 관계를 진정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지만, 이미 상대는 싸움을 걸어 왔다. 희생 없이 이기면 최고지만, 이미 시작된 이 싸움에서 어느 정도의 아픔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전쟁을 하는데, 소대 단위의 희생이 무서워서 전쟁을 회피한다면 그것은 이미 전쟁을 지고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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