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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랖
    삶은다껌 2019. 7. 17. 17:09

    오지랖 떤다는 표현이 있다. 쓸데없이 아무 일에나 참견질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아무 생각 없이 쓰던 말이었는데, 사전을 보니 오지랖의 원래 뜻은 이렇다.

            오지랖 = 웃옷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

     

    옷의 앞자락이 너무 넓거나 크면 괜히 다른 것들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나온 표현 정도로 이해된다. 가끔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큰 경우에도 쓴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날은 오지랖이 부정적인 경우에 더 많이 쓰인다.

     

    일상에서 오지랖 떠는 경우를 보자.

     

    1. 나는 전자제품을 새로 사면 거기 붙은 보호 필름을 잘 안 뗀다. 내 돈 주고 산 물건이 가급적 오랫동안 생생한 표면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그런데, 어느날 새로 산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나와 그리 가까이 지내지 않았고 그저 얼굴만 아는 정도의 회사 동료가 갑자기 내 옆에 와서는 핸드폰 보호 필름을 확 벗겨버린다. 그러고는,

    "에이, 촌스럽게 뭐 이런 걸 붙이고 다녀요?"

    나는 순간 그 필름을 그 녀석 얼굴에 확 붙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 왔다.

    내가 핸드폰 사는데 십원도 보태지 않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남의 물건을 그렇게 대하는지.

     

    2. 요즘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일회용 비닐 봉투에 요금을 매긴다. 20원. 집 앞 편의점에 가면 얼굴 아는 동네 손님에게 20원 받느니 그냥 서비스 차원에서 봉투를 준다. 그 20원이 모이면 그 편의점에서는 매출인 셈이고, 비닐 봉투를 내가 받으면 환경에 약간이나마 생채기를 주는 셈. 그래서 나는 손으로 다 들지 못할 분량의 물건을 사러 갈 때면 종이 쇼핑백 하나를 들고 간다.

    이걸 자랑하려던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이런 저런 얘기 중에 나는 종이 봉투 하나 들고 간다라고 무심코 말했더니 어떤 이가 빈정거린다.

    "거, 환경에 얼마나 도움 된다고."

    글쎄, 나 하나의 행동이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몰라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그리고 대의적으로 봐도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한마디 부정적으로 보태는 행위는 오지랖에 해당한다.

     

    재밌는 것은, 나의 종이 봉투 지참 행동에 빈정거리는 그를 보고 나는 그가 오지랖 떤다고 생각하고, 그는 나를 보고서는 아주 미미한 것에나 신경쓰는 오지랖 떤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오지랖은 상대성 원리에 충실한 것인지.

     

    오지랖이 원래 옷에서 나온 그 뜻 그대로 좋은 쪽으로만 쓰였으면 좋겠다. 넉넉한 마음으로 보듬는 것.

     

    누군가가 다른 이에게 친절과 배려를 하면, "야, 저 사람 오지랖 참 넓다."라는 긍정적인 표현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세상은 지금 우리에게서 몇 발짝 안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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