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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시사 잡설 - 스티브 유, 그리고 비자삶은다껌 2019. 7. 14. 09:24
지난 3월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도에 가봤다. 급하게 잡힌 출장이라 주한 인도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할 시간이 빠듯했고, 검색해보니 인도가 우리나라에는 도착 비자 즉, 인도 공항에 내린 후 현장에서 신청하는 비자를 허용한다고 한다. 나는 홍콩을 경유해서 들어간 터라, 홍콩발 인도행 비행기에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인도에 도착 후 입국 심사대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나는 그 맨 마지막에 위치한 도착 비자를 신청하러 갔다. 불과 10여분이 지난 후 나는 비자를 받았고, 수수료 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며 미안해하던 공항 직원은 나를 데리고는 입국 심사대 긴 줄의 맨 앞에 가서 세워 주었다.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는 내가 새치기한 모양새지만 공항 직원이 그랬는 걸 뭐. 신속하고 편리한 도착 비자, 그리고 줄 앞에 세워주는 약간 미안할 정도의 친절. 이건 내가 잘 생겨서가 아니라 내가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출장 중, 독일 공항에서 출국할 때 보니 유럽연합 국민들이 이용하는 신속 심사대에 유럽연합 외 몇몇 먹고 사는 나라들이 포함되어 있던데 거기에 우리나라도 있었다. 우리는 모두의 힘을 모아 1950년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출발하여 백년이 채 되지 않아 대접받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 섰다. 독재를 몰아냈고, 민주화를 이루었고, 선진국이 되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하고 더 나아가야 할 길들은 있지만, 우리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 계속 갈 것이다.
한때 이름 유승준. 지금 이름 스티브 유. 이런 놈의 미국 이름까지 내 머리에 새겨지게 만든 그의 행적과 불필요한 만은 기사들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놈은 우리에게 하나의 시금석이 되어주고 있다.
유명한 가수였던 놈은,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미국 시민이 되었다.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는 당연히 가야한다고 지 입으로 떠들던 놈이었고, 당시 병역을 필하지 않은 남자는 해외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과 방문지, 그리고 반드시 돌아온다는 보증이 있어야 병무청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당연히 잘 알 수밖에 없는 신분이었으면서도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서 미국 시민권을 받아 병역을 회피하였다. 돌아온다는 보증과 약속에는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돌아온다는 약속이 포함된다. 하지만 놈은 미국 시민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시도했다. 출국의 목적에서 사기를 이미 친 것이고 불법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지금껏 한국 방문을 허가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도 놈은 집요하게 한국으로의 입국을 시도 중이다. (끈기 하나는 인정해야겠다.)
들리는 말로는, 단순 방문은 허가가 가능한데 사업 비자를 우리나라가 안 내주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놈은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못되고 나쁜 놈이다. 연예 사업이라는 영리 목적은 숨기고 그저 '내가 태어나 자란 나라'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감정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레기들은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나르는 짓 그만하고, 이런 걸 정확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기자라고 불러줄 것이다.
나는 물론, 놈의 단순 방문조차 허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던데, 비자라는 제도는 상호적이다. A 국가가 B 국가 시민에 대해 비자를 요구하면, 똑같은 요구가 A 국가 시민의 B 국가 방문 때에도 적용된다. 다만, 국력의 차이에 따라 그 절차가 간소하냐 아니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방문국 나름의 기준에 따라 특정인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주권국이라 불리는 것이다.
1998년엔가 내가 미국 출장 비자를 받으려고 미국 대사관 창구 앞에 줄을 서 있다가 직접 목격한 장면이 있다. 내 앞에 서 있던 아저씨는 창구 직원과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 바로 뒤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던 나는 그 대화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내용인즉, 본인은 의사고 의사협회에서 단체로 미국 방문 비자를 신청했는데 본인만 거부되었는데 도대체 이유가 뭐냐고 따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창구 직원도 몰랐다. 아저씨는 답답해했고, 나는 지금도 궁금하다. 돈도 많이 버는 의사가 미국에 불법 체류할 이유가 하등 없는데 대체 왜 그 아저씨만 거부 당했을까? 그건 그냥 미국 정부 마음이겠지. 비자 불발률이 어느 정도 유지되어야 한국을 비자 대상국으로 묶어 놓을 수 있는데 그런 정책에 따라 무작위적으로 걸려든 것 아닐까 추측만 해볼 따름이다.
의사 아저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미국 입국을 거부 당했지만, 스티브 유라는 놈은 우리 입장에서는 명확한 거부 이유가 있다. 여전히 놈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그들의 자유다. 나는 그걸 그리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병역의 의무를 치렀고, 그걸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놈을 용서할 수 없다. 부모 따라 미국에 이민 가서 자연스레 미국 시민이 되었고 그래서 병역으로부터 자유로와졌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놈은 지 입으로 군대 갈 것이라 떠들어댔고, 결정적 순간에 우리나라의 뒤통수를 쳤다. 그것도 불법적으로. 다시 말하지만, 출국 목적에서 이미 사기를 친 것이니 범법 행위는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미국 시민이 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놈은 그에 앞서 병무청을 대상으로 사기를 쳤고, 많은 팬들을 대상으로 나아가 나라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범법자다.
군대 갔다 오는 놈만 병신이다라는 냉소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는 기폭제를 가진 놈이고, 따라서 국가의 안위와 평화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놈이다. 그러므로 사업 목적은 물론이고 단순 방문도 허용을 안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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