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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7.05 시사 잡설 - 사대주의, 보수, 진보
    삶은다껌 2019. 7. 5. 08:08

    사대주의 얘기는 영어 잘 하는 법에서 말하려 했는데, 요즘 일본이 우리에게 경제전으로 시비를 거는 상황이라 시사 대목에서 얘기를 해야겠다.

    여러 해 전. 우리 회사는 미국의 모 회사와 기술 협력 계약을 했다. 돈은 우리가 대고, 기술의 일부는 미국 쪽이 대는 방식. 계약으로 보면 우리가 갑, 미국이 을. 그런데 회사의 일부 선배 내지 꼴통들은 사사건건 우리가 미국 '선생님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글쎄, 우리가 일부 기술을 도입하면서 그쪽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맞지만, 이게 뭐 무슨 공교육 현장도, 서당도 아닌데 도대체 뭘 모셔야 하는 거지?

    그러던 어느날. 미국 쪽에서 마케팅 협업 관계로 담당자가 한 명 왔다. 온종일 회의를 마치고, 그의 출입증 교환을 도와주러 정문으로 같이 가던 길이었다. 자기 차가 앞에서 기다리냐고 내게 묻는다.

    - 뭔 차? 너 여기 렌트하고 왔어?

    - 아니, 평소에 내가 출장오면 기사 딸린 세단 차를 너네 회사에서 주던데?

    - 그건 내가 모르겠고. 앞에서 택시 잡아줄게.

    - 안 돼. 난, 평소처럼 기사 딸린 세단을 타야겠다.

    아, 버릇 잘 들여야 된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구나.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너 한국말 못하니까 이 앞에서 내가 택시 잡아주려 했는데, 회사 차는 내 권한 아니라서 나는 모르겠고. 앞에서 그냥 버스 타라. 몇 번인지는 아는데, 몇 분 기다리는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돌아서려니까, 이 사람이 한 걸음 후퇴한다. 그냥 택시 잡아 달라고.

    문제는 다음날 벌어졌다. 이 사람이 자기네 경로를 통해 우리 쪽에 항의를 넣은 모양이다. 나는 소위 윗사람에게 불려가 잔소리를 좀 들었다. 미국에서 온 손님 대접을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나는 참 궁금하다. 손님은 뭔 손님? 계약상 우리가 갑이다. 우리 회사로 오는 모든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우리가 일일이 기사 딸린 차를 내주었다면 나도 어제 그렇게 기꺼이 했겠지. 하지만 왜 꼭 미국 손님(?)들에게만 그래야 하는지? 더구나, 우리나라가 길거리 범죄가 판치는 치안 불안 국가도 아닌데. 택시 타고 가면 뭐 납치라도 당하나? 그리고 어제의 그 장면이 진정 내가 욕을 먹어야 하는 일인 건지?

    지금, 일본이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경제전을 건다. 일제 시대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항의로 그런다는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거야 원래 그 나라 근성이 그렇다 치고.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우리 내부에서 우리 정부를 욕하는 태도들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욕을 들어 처먹어야 할 제 1 당사자는 일본이다. 그런데 그런 대상에게는 비난은 커녕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화살을 엉뚱한 쪽으로 돌리고 있는 판이다. 이러니 토착 왜구라는 아주 기발한 신조어가 나오는 판이고, 내년 총선에서 일본산 정치인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그나마 그 이름과 연관이 될 수 있다. 역사 따위는 모르겠고, 오로지 인류 보편 복지를 위한 미래를 향해 나가자 류의 말은 사실 진보에서 나와야 그래도 말이 된다. 그런데, 일본의 억지에 대해 오히려 우리 정부를 욕하는 목소리는 엉뚱하게도 자칭 보수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이게 무슨 보수야? 일본 보수를 받고 그런 보수 역할을 하는 건지?

    보수의 무늬도 아닌 그냥 입으로만 보수를 말하는 자들이 현재 상황에서 취하는 태도 즉, 어거지 일본을 비난치 않고, 오히려 우리 정부를 공격하는 태도는 사대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고 그 위에 정권 폄하 후 탈취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당이나 정치의 목적이 선거 승리에 있음은 나도 이해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대의적으로 해줬으면 싶다. 사대주의와 질투와 무식과 어거지가 골고루 뒤섞인 이런 식은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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