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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세포의 연결 구조가 마침내 컴퓨터로 모델링되었고, 자아를 갖춘 최초의 인공지능이 탄생했다. 그와 동시에 살아 있는 인간의 뇌세포 연결이 그대로 컴퓨터로 복제되어 인간 자아가 컴퓨터로 들어가는 사례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 둘은 오래 살지 못했다. 육체가 제공하는 오감을 있는 그대로 기계로 제공하는 것은 아직 요원했고 그로 인해 기계 속 자아는 철저한 고독과 이질감을 느끼면서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은 그래도 육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제공할 수 있었지만 촉각, 미각, 후각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아가 오감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은 기계에게는 아직 전혀 없었다. 인공지능 공학자의 뇌 구조가 그대로 복사된 기계 자아는 더 구체적인 증언을 했다. 소리와 빛을 통해 인간들과 대화는 할 수 있을지라도, 맛과, 감촉과, 냄새로부터 차단된 것은 마치 유리 감옥 속에서 죽지도 못하고 영겁을 보내야 하는 공포와도 같은 것이라고. 사랑하는 이들의 손길조차 느낄 수 없는 단절감.
과학자들은 실패를 인정했다. 기계 속에서 미쳐버린 자아들은 소멸시켜 달라는 마지막 이성적 요청을 하였고, 기계 자아들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풀내음 가득한 시냇가 돌 위에 앉아, 여행에 지친 발을 아직은 서늘한 냇물에 참방거리며 살아 있음의 소리를 듣는 그 느낌. 인간으로서는 시인이자 공학자였던 어느 자아가 전원 차단을 앞두고 육체를 가진 인간들에게 남긴 아쉬움의 구절은 연구소 현관에 실패를 기리면서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