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죽음, 자살, 삶
    삶은다껌 2019. 11. 26. 14:42

    젊은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 보도. 늘 풍요와 화려함 속에 살 것만 같았던 그들도 결국은 마음에 고통을 가지고 사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그들의 정확한 이유야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들리는 말로는 그들에게 가해진 악플도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 한다. 악플을 다는 것들은 정말 천벌을 받아야 한다.

    죽음 이후에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는지 그걸 아는 사람은 없다.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은 사후 세계를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믿음의 영역이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진 죽음 이후의 단계는 아직은 없다. 사후 세계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게 뭔지를 아직은 모른다는 것이다.

    뉴 에이지로 통칭되는 신흥 종교(?) 운동가들은 흔히 말한다. 삶은 일종의 경험이며 사후에는 그 경험을 모두가 하나가 되어 공유하는 것이라고. 만일 자살을 하게 되면 일종의 벌칙으로서 다음에 똑같은 삶을 또 살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현대적 종교의 모습을 한 믿음의 영역이지, 과학의 영역은 아니다.

    나는 죽음 자체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죽어가는 과정의 고통은 좀 무섭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의 심경은 상상조차도 안 된다. 그 어떤 마음의 고통이 가해지면 그런 과정의 고통도 감수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인지.

    학교 폭력을 겪던 아이가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지기 전까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괴로워하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 울던 장면은 우리 모두의 공분을 일으켰다. 악플러보다 더 빨리 직접 처벌해야 할 것들은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다.

    내가 알던 두 분도 어느날 갑자기 황망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삶은 각자의 것이니, 그들이 선택한 이유는 다 다를 것이다. 다만, 잔에 물이 넘칠 때는 마지막 방울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잔이 차오를 때까지 기여한 물방울들의 작용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알던 두 분의 선택이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잔에 물이 차오르는데 원인이 된 것이 분명한 사람들의 뻔뻔한 모습에는 치를 떨었다. 물론, 그들로서는 자신이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항변하겠지만.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말은 저 세상에서의 안식을 빈다는 것이다. 아주 형식적인 말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뜻을 가진 말이기도 하다. 내세는 제발 이렇지 않기를, 그곳에서는 못다한 일들을 하기를, 사후 세계에서는 오로지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나도 인류의 한 사람이니, 당연히 사후 세계를 모른다. 다만, 종교와 비슷한 모습으로 개인의 믿음은 있다. 삶은 여러 형태로 반복될 것이라는 믿음. (불교관과 뉴 에이지가 뒤섞인 모습이다. 나는 그 둘로부터 분명 영향을 받았으니.)

    거대한 하나가 인간이라는 모습으로 또는 어떤 지적 생명체의 모습으로 우주 온갖 곳에서 태어나 물질적 생명으로 살아가며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 것이 이 세상 아닌가라는 그런 추측성 믿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지고, 삶에 대한 불안감이 좀 덜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너와 내가 어차피 한 존재의 다른 모습이라는 그런 상상.

    태어난 것은 죽게 마련이라는 것은 이 우주 자체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다만, 지금의 고통이 크다 하여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그런 생각은 제발 하지 말았으면. 내가 노화나 병으로 떠나도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큰데, 어느날 갑자기 자살을 해버리면 나 자신은 망각 속으로 안식해갈지 몰라도, 남은 이들의 고통은 너무 너무 크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자살은 이런 면에서 보면 이기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삶이라는 것이 한결같이 영원히 아름답기만 하고 행복하기만 해도 그것도 한 인간의 작은 그릇이 받아들이기에는 나름의 고통일 것이다.

    그렇다고 고통과 행복의 균형점을 계산한다는 것도 일종의 스스로 부여하는 형벌같은 일일테고.

    여전히 나는 삶의 본질을 모르고 살아가지만, 그리고 가끔은 다 놔버리고 그냥 술독에 빠져 살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주위에 가족이 있고, 내 주위에 친구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니, 나도 그들의 일부라는 작은 줄 하나는 꼭 쥐고 살아가려 한다.

    '삶은다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걱정하지 말아요  (0) 2021.05.25
    확률과 실행  (0) 2020.04.20
    음악 코드와 삶의 변주  (0) 2019.10.04
    삶과 죽음  (0) 2019.09.17
    신에 관한 단상  (0) 2019.08.1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