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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몸비
    삶은다껌 2019. 2. 19. 09:42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신조어, 스몸비.

    어제 저녁 운동 다녀 오며 두 번이나 마주쳤다.


    운동실이 있는 길 건너 동네 가려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 길은 좀 좁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앞에 누가 마주 오면 내가 상당히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천천히 간다.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앞에서 마주 오는 여자가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은 채로 계속 걷는다. 내가 자전거를 계속 타면 반드시 부딪힐 터. 그래서 나는 여자의 몇발짝 앞에서 자전거를 멈췄다. 여자는 거의 내 자전거 앞바퀴에 부딪힐 정도로 와서야 화들짝 놀란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며 운동을 갔다.


    돌아오는 길. 운동실이 있는 길 쪽은 자전거 도로도 있고 인도도 있다. 자전거 도로로 가는데, 앞쪽에서 이번에는 남자 스몸비가 전화기에 얼굴을 쳐박고는 걸어온다. 길도 넓고 해서, 이번에는 천천히 걷는 속도로 자전거를 슬슬 앞으로 향했다. 역시나, 남자는 부딪히기 직전에야 화들짝 놀란다. 불과 두 시간 사이에 한심한 스몸비를 둘이나 마주치다니.


    안전의식의 부재인지, 그렇게나 전화기가 사랑스러운지, 아니면 정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인지. 전화기가 사회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이어줄진 몰라도, 가까운 사람들과의 살가움은 사라지게 만들고 있고, 급기야 내가 겪은 이런 안전 문제로까지 슬슬 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비록 왕복 2차선의 동네 길이라 하나, 엄연히 차도 한 가운데를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배회하는 스몸비를 본 적도 있다. 목숨 건 행위다. 나는 운전을 해야 하니, 스몸비를 향해 뒤에서 경적을 울렸다. 화들짝 놀래고서는 엄청 짜증난다는 눈길로 나를 째려본다. 적반하장이다. 사람이 차도를 배회해놓고선 되려 내게 짜증을 낸다.


    전화기로 세상사 들여다보면 재밌는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안전은 제발 좀 생각하면서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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