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세계, 그리고 정보가 자리하는 곳
수학이 발견의 대상인지, 아니면 발명의 대상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수학이 발명의 대상이라면 수학은 어디까지나 인간 두뇌의 산물이고 그 존재의 기반은 두뇌 속 논리에 있을 뿐이며, 정보의 저장은 물리적인 형태에 한정된다. 인류가 만든 수학이 어느날 만날 외계의 지적 존재와 같이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일 수 있는가 여부는 그래도 아직 신비한 의문으로 남는다.
수학이 발견의 대상이라면 수학은 그 자체로서 어딘가에 존재하며, 그 존재의 기반은 물리적인 형태가 아닌 아직은 알 수 없는 또다른 차원 내지 신비에 가까운 미지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 이 경우, 아직은 미지의 외계 지적 존재와 수학적 언어로 기초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수학은 그 자체로 공통의 탐구 영역이기 때문이다.
발견이냐 발명이냐를 떼놓고 보면, 인간이 쌓아온 수학의 역사는 셈에서 출발한다. 나중에 자연수로 이름붙게 되는 바로 그 셈. 하나, 둘, 셋, ...
수학이라기 보다는 산수에 가까웠던 출발은 유리수, 무리수로 확장되었고 실수 직선은 복소수 평면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리고 나로서는 이해조차 어려운 여러가지 고등 수학들이 등장하고, 급기야 수학 스스로 불완전함을 증명하는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도 발견 또는 발명된다.
우리 일상에 깊숙이 녹아든 정보기술의 핵심에 자리하는 정보는, 우리의 이해로는 저장 매체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사람의 두뇌든, 반도체 회로든 어쨌든 정보는 물리적 형태로 저장된다.
수학이 스스로 존재하는 발견의 대상이라면, 그것이 자리하는 또는 저장되고 운용되는 매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해답은 아직 우리의 이해 저 너머에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학이 발견의 대상으로서 스스로 존재하면 좋겠고, 그래야만 사후 세계라는 것도 논리적(?)으로 상상 가능할 수 있다. 물리적 존재가 가능한 차원 그 위 또는 너머에 있는 그러한 차원이 있다면 거기서는 어렴풋이 신 또는 절대자의 존재도 상상할 수 있다. 우리 일상에 개입하고 세속의 흥망성쇠에 일일이 관여하는 지금까지의 세속적인 신이 아니라, 뭔가 미지 또는 불가지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우리 삶을 관조하는 그런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