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개론

뛰어난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

초끄네끼 2019. 3. 7. 12:45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한 분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사진을 볼 줄도 찍을 줄도 모르는 문외한으로서 그저 대가의 솜씨가 궁금하여 이것 저것 물었었다. 갑자기, 그 작가님이 내게 자신의 사진기를 쥐어주며 찍어보라 했다. 나는 우선 정중한 거절부터 했다. 렌즈를 뺀 본체만 몇천만원짜리라는데 내가 손댔다가 흠집이라도 날까 두려웠던 것이다.

대가는 친절하게 웃으며 나의 똑딱이 사진기를 달라고 하며 여전히 자신의 사진기를 내게 쥐어준다. 그러고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피사체를 찍고선 작가의 컴퓨터 화면에서 우리 둘의 사진을 비교해봤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내 똑딱이로 찍은 대가의 사진은 작품처럼 보였고, 그의 작품용 사진기로 찍은 나의 사진은 똑딱이 화질처럼 보였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나에게 대가는 친절히 설명해줬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죠. 찰라를 포착하는 것이 곧 작가로서의 경험입니다. 나의 경우 당연히 주변의 조명뿐만 아니라 해가 어디에 떠있는지도 고려하죠."

뛰어난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 장면이기도 하다.


지금 소개할 장면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 내용일테고, 나 역시 다음 장면에 등장하는 선배의 말이 반쯤은 농담이었음을 잘 알지만 연장을 그리 탓하지 말자는 뜻에서의 일화가 또 하나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최상급의 컴퓨터가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때, 소프트웨어 분야가 아닌 선배가 툴툴대며 이런 말을 했다.

"최악의 하드웨어로부터 최상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진정한 목표 아냐?"

다들 웃으며 지난 장면이다.

하지만, 이 짧은 장면 중에는 엔지니어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주제가 들어 있다. 엔지니어들은 흔히 개발에 앞서 환경과 장비와 요구사항 등을 우선 요구한다. 하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최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려는 의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목수는 연장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연장 가리는 목수보다는 연장을 가리지 않는 목수가 결국은 최상의 연장이 주어졌을 때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